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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가 모든 걸 양보할 필요는 없다.삼남매 육아일기 2020. 4. 26. 00:23
나도 삼남매 중 둘째지만..
언니의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가늠하기 어렵고,
흉내 낼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집도 있겠지만.. 나의 언니는 참 책임감이 강했다.
지금도 여전히 나와 내 동생, 그리고 엄마, 아빠를 챙기는 건 언니의 몫.
항상 공부면 공부, 체육이면 체육 모든 걸 잘 하던 언니는
조금 이기적일 때도 있었지만,
우리 집에 큰 일이 있고 나서는 항상 모든 것을 다 짊어지게 된 것 같다.
자신을 희생하기로 하고...
그래서일까? 나는 우리집 큰애가 큰언니로서 너무 큰 책임감을 갖지 않길 바란다.
물론 본인이 해야할 일을 하지 않고, 동생과 똑같이 구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겠지만,
굳이 모든 것을 대신하고, 양보할 필요는 없다고 나는 생각하고, 실천하려 애쓰고 있다.
셋째를 출산하러 한국에 갔을 때,
시댁에서도 그렇고, 친정에서도 그렇고,
밥을 잘 먹지 않는 큰애를 돕는 나를 보며
“그렇게 하면 나중에 너가 힘들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었다.
언니집도 삼남매를 키우고 있는데 쌍둥이 둘째가 5살 차이가 나는 셋째 목욕도 시켜주고,
밥먹는 것도 도와주는 걸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러나 나중에 둘째에게 물어보니 셋째를 돌보는데 조금 힘들기도 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엄마가 꽤 오랫동안 언니네 아이들을 돌봐주었는데
언니네 둘째 이야기를 하며 저렇게 도와주니 엄마가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는 것이었다.
그때 좀 더 다짐했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물론 맞벌이 부부인 언니네는 초등학생인 첫째&둘째가 일을 돕거나 하면 매우 큰 도움이 되겠지만...
양보의 미덕... 너무 좋은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양보를 하는 쪽이 언니라는 이유로
오빠라는 이유로 양보를 해야 한다면 얼마나 서글프겠나 싶어서... 나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물론 일본에서도 친구간에 양보는 매우 중요하다.
서로 빌려달라고 말하고, 받으면 고마움을 꼭 표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게 인식된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친구들과 서로 양보하며 배우는 것은 나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은 사회생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오늘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을 때였다. .
우리집에는 각자 선물받은 장난감들이 있지만,
같이 가지고 놀아야 하는 장난감도 있다.
각자 선물받은 장난감이라도 관심이 없다가 누가 가지고 놀면 자기꺼라며 빼앗는 건 안된다.
첫째가 낚시 장난감을 들고 나오고 있었다.
둘째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낚시 장난감을 보더니 달려들었다.
빼앗으려 하고 울고 불고 난리를 쳤다.
아빠는 상황 파악 전혀 안되는데 낚시 장난감이 둘째꺼니 둘째에게 주라며 첫째를 나무랐다.
첫째는 “내가 먼저 가지고 놀았다고!”하며 장난감을 던졌다.
그리고 둘째가 낚시 장난감 GET!
설거지를 하며 그 상황을 보다가 남편에게 그 장난감은 첫째가 가지고 왔다.
그러니 첫째가 먼저 가지고 놀고, 둘째가 가지고 노는게 맞다.
둘째는 기다려야 한다! 라고 말했다.
아빠는 몰랐다며 그럼 첫째가 가지고 놀고, 기다렸다가 받아라 라고 말했다.
장난감은 첫째에게로 가고, 둘째는 그리던거 마저 그리다가 낚시 장난감을 받았다.
아주 단순한데 가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요즘 마음대로 안되면 소리치며 우는 둘째에게 말로 하라고 하고,
첫째에게는 둘째에게 기다리라고 말하게 한다.
동생이 울기 때문에 얼른 줘야한다거나, 다그치지 않는다.
지금은 대화가 되서 가능하면 혼내지 않고, 말로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려고 노력중이다.
가능하면 첫째와 둘째는 동등한 관계로 보려고 한다.
그러나 셋째는 좀 별개다. 아직 말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해서..
좀 더 큰다면 각자 할 수 있는 일은 각자 하고,
오빠, 언니를 떠나 양보할 수 있는 마음이 있으면 양보도 하며 사이좋게 지내길 바랄 뿐이다.
아직까지 이렇게 하는 것이 힘들다거나 하지는 않다.
사실 첫째가 아예 돕지 않는 것도 아니다.
장난감 정리를 할 때도 “엄마! 이건 둘째가 어질렀어요. 근데 내가 치울게요.”라며
열심히 치운다.
“이건 셋째가 어질렀어요. 이건 엄마가 치우세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자기가 어지른 건 자기가 치우고, 단, 셋째가 어지른건 엄마가 치운다고 항상 말해서인지
구분을 지어준다...하하하^^;;;
한국에 가서 이런 모습을 보이면 “너는 언니잖아. 양보해야지”라고 할까봐 좀 두렵다.
아이들이 참 안듣는 것 같아도 희한하게 기억하지 않았으면 하는 건 잘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항상 다른 누군가의 조언 및 질책을 옆에서 듣지 않고 육아를 할 수 있는 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워낙 팔랑귀이기도 하고, 옆에서 자꾸 이래라 저래라하면 나의 육아 나침반은 팽글팽글 돌기 때문이다.
참...세아이의 엄마로서 양육자의 올바른 태도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실행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확 열이 뻗쳐서 불같이 화를 낼 때도 있는데..
그때는 꼭 첫째가 “엄마, 화 좀 안내면 좋겠어요. 아까 무서웠어요.”또는 “울뻔 했어요.”라고
말하는 아이와 대화를 하다보면 반성하고, 사과하게 된다.
내가 왜 그랬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야하는 건 기본이요, 앞으로 그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해야
대화가 마무리 된다.
아이에게 너무 기대하는 것도 별로도,
그렇다고 아이에게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것도 별로고.
정말 육아 너무 어려운데 그래도 첫째가 있어서 우리집 육아의 길잡이가 마련되는 것은 사실이다.
둘째나 셋째를 볼 때의 기준은 이제 시판 육아서가 아니라, 첫째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너무 고마운 존재다.
그래서 아이가 하는 말을 존중해주고, 이해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요즘이다.
아이들 다 키운 육아 선배들은
“지금이 제일 좋을 때다. 애들 좀만 커봐라. 지금은 몸이 힘들지만, 애들 크면 정신적으로 힘들다.”
라고 말을 많이 한다.
아이들 크는게 아까우면서도 얼른 좀 더 컸으면 하고 바랄 때가 종종있다. 내 시간이 좀 갖고 싶다.ㅎㅎ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중학교에 들어가면 아이들과 멀어지기도 하고, 또 다른 스트레스가 있겠지만..
아가야
내 아가야
너와의 첫만남은 참으로 강렬했고,
너와의 첫눈맞춤은 참으로 짜릿했고,
너와의 첫수유는 참으로 혼란스러웠고,
너와의 첫목욕은 참으로 손떨렸고,
너와의 첫산책은 참으로 산뜻했고,
너와의 첫예방접종은 참으로 아찔했고,
너와의 첫입학은 참으로 설레었다.
너와 한 모든 것들이 처음이였고,
너와 한 모든 것들이 기쁨이였다.
그리고 너와 할 모든 것들이 참으로 기대되고, 두근두근거린다.
아가야
내 첫 아가야
네가 나에게 와서 너의 동생이 있고,
네가 나에게 와서 엄마가 시작 되었다.
나는 너에게 좋은 엄마를 선물로 주고 싶지만...
그게 참 마음처럼 쉽지 않아서 나쁜 엄마가 되기도 한다.
너도 내가 처음인 것처럼
나도 네가 처음이라..
불안정한 내가 될 수 있음을 서로 이해하며 살아가자꾸나.
사랑한다. 내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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